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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생각정리

[생각정리] : 부끄러운 기부

by 오주현 2022.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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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는 매우 부끄러운 기부를 했다..

 

어느 날, 매 번 눈팅하던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어떤 분이 이력서 피드백을 해주신다고 글을 올렸다. 이제 슬슬 이력서도 써야 하고 내 인생 첫 정규 취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탁드려볼까 하고 글을 자세히 보니 기부를 해서 영수증을 보내주면 제대로 된 첨삭을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그게 아니라면 이력서를 공개하는 쪽으로 허락해 달라고 하셨는데 뭔가 개인 정보가 넘쳐나는 이력서다 보니 공개가 꺼려져 한국소아암재단에 적은 돈 5,000원을 기부했다.

 

일단 이게 너무 부끄러운 나의 기부 내역이다.

 

왜 부끄러울까..생각을 해보면 간단하게 5천원을 기부하고 나는 바로 이력서 피드백을 해주신다는 분에게 메일을 보냈다. 근데 메일을 보내면서 그냥 갑자기 선한 마음, 돕고 싶은 마음에서 실천한 기부가 아닌, 이력서 피드백을 5천원에 구매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와 동시에 너무 부끄러웠다. 메일을 보내면서도 눈 꽉 감고 보내는 그런 느낌이였다. 쭈뼛쭈뼛..딱 이 말대로였다..

 

만약 내가 양심이 조금 더 있는 사람이였다면 이력서 피드백 요청을 하지 않고 거기서 멈췄을 것 같다. 실제로 짧은 시간에 많이 고민했다. 내가 이걸 보내.. 말아.. 이렇게 말이다. 하지만 나도 마냥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은 게 양심이 쿡쿡 찔리는 상황에서도, 부끄럽다는 마음이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이력서 피드백이 우선시 되었던 것 같다. 그때는 그저 고민 할 뿐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어쨌든 삼각 양심이 찔려오는 상황에서 나는 이력서 피드백 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한 동안 흑역사를 생성한 것 처럼 기부.., 이력서, 피드백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이었다.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 오늘 SNS를 구경하는 와중에 요즘 난리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러시아에 침공 당한 우크라이나를 도와줄 수 있게 계좌를 오픈했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후원 마음이 있는 분들은 위 계좌 말고 대사관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서 확인 후 해주세요. 혹시 모르니까..

캡쳐 화면이라 화질이 좀 떨어지지만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도울 수 있게 후원 계좌를 오픈한 페이스북 페이지이다. 학교 갔다가 오는 와중에 글을 보게 되었고 말도 안되는 러시아 침공으로 피해 받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바로 후원하게 되었다.

 

아직 학생이라 생활비 계좌에 많은 돈이 있는 게 아니라서 2만원 이라는 소액을 후원했지만..(카드 값만 아니였어도 더 도와주고 싶었다.) 이번에는 계산 없이 마음이 가는 대로 고민 없이 바로 후원했다. 스스로 후원 했다고 칭찬하는 게 아니다. 선한 마음으로 행해야 하는 행동을 계산적인 마음을 가지고 행했다는 양심이, 진심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잘 안 지워져 글로 남기는 것이다. 아무래도 자꾸 계산 적으로 기부를 했다는 생각이 잘 지워지지 않는 것 같아 부끄럽다.

 

여튼, 내 첫 기부(단체에 직접 기부하는 기부)는 이렇게 부끄러운 기부가 되었고 두 번째 기부는 다행히도 순전히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에 고민 없이 실천한 기부(후원)가 되었다. 그 뒤이을 나의 선한 실천도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실천할 수 있도록 항상 주의 할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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